경찰의 구글 압수수색과 엔지니어식 사고의 함정

경찰의 구글 압수수색과 엔지니어식 사고의 함정

골칫덩이다. 구글은. 막무가내다. 그냥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부친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래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구글이 하는 일은 사회적인 기존 질서와 사고를 헤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구질서가 있건 없건 더 거창한 엔지니어식의 '코드 앞에서는 만민평등'이라는 근원적 사고는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이 구글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구글이 길거리를 실사촬영하는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위한 길거리 촬영을 진행하면서 무선망을 통해 흘러다니는 개인정보들이 함께 수집되었다는 단서를 잡고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경찰의 사이버테러 대응센터가 전격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구글이 테러를 위해 정보수집을 했다거나 스트리트뷰 촬영과 함께 해킹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기보다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과정에 대한 기술적인 판단과 해독을 위한 전문 기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그림을 좀 맞춰봐야 할 것 같다.

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미 접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전격적으로 구글을 덮쳤는가. 이미 구글의 스트리트뷰 촬영시 와이파이망을 통해 '실수'로 이메일이나 개인정보 등이 수집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뉴스거리였다. 따라서 방통위는 구글에게 우리나라에서도 스트리트뷰 촬영이 시작되었으니 어떤 정보가 얼마나 수집되었는지에 대해 '열람'을 요구했다.

하지만 구글은 직접적인 열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면서 수집된 정보가 모두 미국 서버로 이관된다고 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방통위는 해외 각국의 반응을 취합하면서 자체적인 입장을 정리중이었다. 이미 유튜브의 국적 문제로 인해 역풍을 맞은 바 있던 방통위가 이번에도 무리수를 둘 리는 없었다. 더구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협조'하고 '협력'하려는 구글의 자세에 딱히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보다 상황을 검토하고 다른 나라의 대응 수준에 맞추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대뜸 뛰어든 것이다. 경찰의 이번 대응은 30여 개 나라에서 진행중인 구글의 스트리트뷰 촬영에 있어서 이례적인 일로 이미 외신들은 이번 상황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구글은 표면적으로는 일부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수'로 수집되었고 '활용하지 않았으며' 경찰이나 당국의 판단에 의해 수집된 정보는 '처리'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 이상의 답변을 내놓기도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만이 주목하는 것은 구글 스트리트뷰와 다음 로드뷰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인식이다.

다음 로드뷰나 구글 스트리트뷰나 길거리를 360도 영상으로 촬영해서 가상이 실물 화상의 조합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차이가 없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구글 스트리트뷰에서는 길거리를 다니며 촬영이나 할 것이고, 그 촬영된 영상에서 얼굴과 민감한 개인정보를 흐리게 처리만 하면 될 것을 왜 와이파이망 정보를 획득하고 와이파이와 연결돼 있는 개인 사용자들의 정보를 함께 수집한 것일까? 그리고 그 수집된 정보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아직까지 이것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늘 그런 식이었다. 무엇을 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도록 무엇이든 수집하고 보는 식이다. 그래서 구글은 '수집'하고 '가공'하여 '찾아서 보여주는' 일을 제일 잘 한다. 검색 회사의 본질적인 엔지니어적인 가치는 '풍부한 데이터'이며 이 데이터의 정확하고 빠른 분류와 검색이다.

이런 '풍부한 정보를 일단 모으기'로 비롯된 다양한 서비스는 나중 문제라는 것이다.

2005년 7월. 이런 일이 있었다. 미국의 정보통신 매체로 유명한 씨넷뉴스닷컴 기자가 30분간의 구글 검색만으로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의 재산 규모와 수입, 거주지, 파티 참석비용, 취미활동 등 개인정보를 얻어냈다며 이를 공개했다. 구글은 '과도한 정보 수집가'였다는 것이 논란이 되었고 이에 에릭슈미트는 씨넷의 구글 취재를 제한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얼마 전 그는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절대 웹에 기록하지 말라'는 식의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글이 책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 역시 이런 식이다. '전세계 모든 정보는 거의 책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일일이 스캔하여 서비스하겠다.' 출판계와 몇 년 동안의 신경전은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이후 구글은 획기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구글 도서 검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700만권 이상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고 있다.

이메일 역시 지메일은 용량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를 택하고 지메일에서는 예전 이메일을 지우지 말라고 권한다. 이것은 이메일 전체를 통해 해당 사용자의 성향이나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메일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구글 광고가 놀라운 매칭률을 보여주며 실시되었다. 메일함 전체가 분석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계가 알고리즘에 의해 수행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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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지도와 스트리트뷰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최고수준의 매시업을 위한 '데이터 집합'이다. 데이터 집합이 완전해지려면 '풍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 '풍부함'의 정도에 대한 사회적 허용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일이다.

가타부타 말을 하기 어렵다. 구글이 과연 스트리트뷰 화상 말고 더 어떤 정보를 얻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사실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일단 정보부터 쌓아보고 그 것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서 가상사회 게임을 만들든가 SNS와 하이퍼로컬을 바로 이어주는 가상 현실 검색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증강현실로 무선망에 접속돼 있는 사람들끼리 그룹지어 광고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그들의 실험은 '풍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일단 모으고 보자' 주의가 일으킨 사고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는 '만민평등을 부르짖는' 엔지니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지니어에게 계정 하나는 똑같은 권한의 인격체 같은 것이겠지만 지역이나 나라마다 같은 계정이라도 성인과 남성과 여성, 연령별, 지역별로 구분하려는 사회적 개성은 있게 마련이다.

아마 구글은 IBM이 그랬던 것 처럼,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 HP가 그랬던 것처럼 조만간 '엔지니어의 사회화' 과정에 자연스럽게 편입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벤처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사려 깊은 정책적, 법적 제도적, 심지어 정치적인 고려까지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세계 긱(Geek)이나 IT 마니아들에게는 우울한 소식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구글의 엔지니어적 '야성'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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