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입소문의 기술, 참여가 핵심이다

입소문의 기술 - 6점
고구레 마사토.이시타니 마사키 지음, 윤지상 옮김/라이온북스

아무래도 일본 책은 다른 나라 책보다 많은 부분 우리나라의 실정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공감을 일으키기가 좀더 수월하다. 특히나 경제경영 자기계발서의 경우 빠른 템포의 일본 책은 순식간에 유행을 만들곤 한다. 소설 역시 감성이 비슷한 동양 문화권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세심한 심리 묘사는 일본 책의 묘미라고 할 것이다.

고구레 마사토, 이시타니 마사키가 지은 <입소문의 기술>은 이런 일본 책의 경향과 그리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적인 갈등과 고민은 우리의 그것과 닮았고 산업적인 움직임과 성공과 실패 사례는 구체적인 면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하게 진행돼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책이 갖는 단점이 있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일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데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강연이나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사례를 들려주면 눈이 동그래지는 청중들도 일본 사례를 들려주면 이내 안구의 총기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또 한 번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미국의 파워 블로거 누구누구라고 듣거나 대략 설명을 들으면 호기심이 발동하지만 이상하게 <입소문의 기술>을 집필한 일본 최고의 파워 블로거들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내 안의 복잡한 가치기준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내용이 부실하지도 않고 엉뚱한 설명으로 주의력을 흐트리지도 않고, 어이없는 사례로 거리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이야기를 중심으로 쓰여졌다는 것만으로 우리나라 마케팅 교재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입소문의 기술>을 번역자 줌인스카이(www.zoominsky.com) 짠이아빠님으로부터 직접 받았으면서도 오랫동안 이 책을 쉽게 펼쳐보지 않았던 이유를 어렵게 설명(변명)하고 있는중이다. 더구나 고생하면서 번역했을 짠이아빠에게 별점 세개 정도밖에 주지 못하는 이유를 구차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중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입소문의 비밀 문서를 열람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무수한 사례들은 그저 무심코 지나가는 수많은 성공사례 가운데 작은 것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구나 우리나라 마케터들에게 피할 수 없는 음지의 마케팅 유혹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해주지도 않는다. 지식인 알바 쓰는 법이라거나 블로그 대행업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주지도 않으며 카페와 블로그를 연계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이 전혀 반영돼 있지도 않다. 향후 진행될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 마케팅 역시 설명이 아예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작은 아이디어 하나에도 목말라하는 온라인 마케터들에게는 실질적인 통찰을 줄 수 있는 문구들이 많다.

기업 블로그도 많은 독자를 얻으면 미디어로 바뀐다. 단, 기업 블로그는 개인 블로그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기업에서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규칙을 정한다거나 매일 업데이트할 기삿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업 블로그가 영향력을 갖으려고 담당자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놓아 될 수 있는 한 자주 업데이트하거나 독자 참여형 기획을 하는 등의 연구가 필요하다. ...(중략)... 디지털카메라 GR DIGITAL의 사용자가 모이는 이 블로그에서는 테마에 따른 사진을 엮인글로 모집하는 기획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독자를 끌어들이는 기획은 기업 블로그로 소비자가 자주 발걸음을 옮기는 계기가 된다.
-<입소문의 기술> 고구레 마사토, 이시타니 마사키 123p


개인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많은 마케터들이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으면서 '날로 먹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례를 그대로 베껴오거나 남의 행동한 사례만을 구하러 다니는 경우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도 실패를 맛보고 실패한 원인을 '온라인의 전체적인 불가해성'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입소문의 기술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례들은 아예 불규칙적이고 불가해한 상황에 대해 그대로 인정하고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지나치게 정밀한 계획과 기획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해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수많은 마케터와 그들의 상사는 사람의 마음을 ROI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때 유행처럼 지나가는 블로그와 카페, 검색 등의 트렌드에 동참하길 바라지만 사실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참여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해서 직접 느껴보라고 이야기해도 그들은 여전히 시간대비 효용성을 따질 것이고 비용대비 확산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며 사람들의 반응을 '긍정'과 '부정', 더 신경쓴다고 해봤자 '중립' 정도를 추가해 세 가지 정도로 유형분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못하는 일을 '원래 힘든 일'이라고 둘러대고 있을 것이다.

수동형 온라인 마케터에게 이 책과 함께 바로 이어 서평을 쓰게 될 <링크의 경제학>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Ring Id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그
의견 0 신규등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