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 괄호

원래 괄호의 역활은 문맥을 슬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 이것은 마치 냉장고가, 그 고유의 역활과는 다르게, 버리는 것에 대한 죄의식을 희석시키는 쓰레기 통으로 기능하는 것과 비슷하다.
- egoing, 괄호 중에서

괄호를 애용하는 편이라서 왠지 찔린달까..
한편으론 항변하고 싶달까 뭐 그런 마음이 겹칩니다.

찔리는 마음은 이고잉님의 취지를 잘 알기에, 그리고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기에 그런 것이고, 그럼에도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괄호가 글이 만들어지는 실존의 호흡으로 생겨나는 비유하자면 '창조적인 바이러스'인 경우도 없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의미의 전달과 소통은 물론 그 효율성을 염두에 둬야 하겠지요. 다만 그 효율성의 풍경들도 다채로울 수 있고 봅니다. 또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생각하는 그 효율성이란, 때론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인식의 단순화에 이끌리기도 쉽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저는 가급적이면 독자들과의 소통 가능한 실질적인 풍경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는 합니다.

다만 여전히 피상적인 효율성의 가치, 오류 메시지에 대한 불안이 너무 강조되면, 우연적인 실존의 떨림으로 생겨날 수 있는 '창조적 오류'가 갖는 가치들의 '누수'도 없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더불어 듭니다.

추.
문장에서 괄호가 갖는 의미를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한 일상적인 죄의식(냉장고)과 연결시키는 발상은 참으로 탁월하네요. : )


* 발아점
egoing, 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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