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아 미륵불은 그렇지 않아

2008년 7월 27일에 작성한 글(글번호 0625, 옛주소 http://hannim.net/922/)을 복구합니다.

과거에 사람들이 따랐던 종교들과 지금 사람들이 따르는 종교들에는 세상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나 따르는 자들을 고난에서 구제하기 위해 미래에 등장할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곤 합니다. 그러한 사람(?)이 불교에도 있는데, 때가 되었을 때 미륵불(마이트레야)이라 불리게될 미륵보살이 그입니다. 미륵불을 이야기하는 경들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그는 지금 도솔천에 머물면서 때가 되었을 때 지상에 태어나 부처가 되어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이끌 것입니다.

...주절주절 써놓지않아도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륵 신앙이라는 것이 삼국시대 이래로 토착 신앙화 되어있기도 하고, 그런 쪽과 전혀 인연이 없었더라도 국사 수업이나 사극(태조 왕건) 등을 통해서 궁예 이야기로 그 이름을 알고 있으실겁니다. 후삼국의 난세에서 궁예를 미륵불을 자칭하고 스스로를 혼탁한 세상에서 사람들을 구원할 구원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래로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자신을 미륵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서 지배하려하거나 사람들의 힘을 모아서 지배하려하는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문화가 바뀌면서 조선 후기에는 정씨 성을 가진 진인(眞人)이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했고 현대에는 재림 예수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미륵불이라는 존재는 난세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구원해줄 구원자로 자리잡았습니다.

아닙니다. 사실 현대의 어떤 사람들조차 그렇게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미륵불은 난세의 구원자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서 미륵불에 대해서 좀 적어보겠습니다. 미륵불을 다루는 주요한 경전 중 하나인 [미륵하생경]에 따르면 미륵이 태어날 땅은 그야말로 낙원입니다. 훌륭한 왕이 다스리는 그 곳은 지역이나 지리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의식주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재화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화합하는 그 준비된 땅에 미륵은 태어나고 자라서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됩니다. 그리고 세 차례의 큰 법회를 통해 준비된 282억의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이끌죠. 그 후 8만4천 세(그때에는 모든 사람이 8만4천 세까지 산다고 합니다)로 열반에 들 때까지 사람들에게 법을 설할 것입니다.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그 때의 사람들은 8만4천 년 동안 법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수기(그가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약속) 때문에 조선시대 이전까지 미륵하생 신앙에 기반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군주의 통치 방식은 이러한 준비된 사람이 되고 준비된 땅을 만드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살고 있는 나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 미륵불이 나서 세 번의 법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문제에서 미륵은 그 앞에 있지 않고 그 뒤에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때문에 조선의 억불 정책으로 미륵하생 신앙이 절을 떠나 음지로 음지로 퍼지면서 왜곡되어 마치 옛날 궁예의 때처럼 미륵은 결과에서 원인이 됩니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좋은 세상이 오면 미륵불이 오셔서 그것을 법으로 완성시킬 것이다는 미륵하생의 원래 이야기는 미륵이 와서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는 이야기가 된 것이죠. 당연하게도 전자가 후자보다 간단합니다. 또한 명확하기도 하죠. 앞에서 얘기했다시피 이 이야기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좋은 세상에 쏠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자에서는 그것과 그 이후를 위해서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가지를 하거나 하지말아야하지만 후자에서는 그것을 위해서 그냥 기다리고 온 사람을 따르고 떠받들면 다 해결이 되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불교조차 아닙니다.

Morpheus: Do you believe in fate, Neo? (숙명을 믿나 네오?)
Neo: No. (아뇨.)
Morpheus: Why not? (왜 그렇지?)
Neo: Because I don't like the idea that I'm not in control of my life.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 싫으니까요.)
-- 영화 [The Matrix](1999) 중
"이 글은 대충이라도 미륵삼부(미륵상생경, 미륵하생경, 미륵성불경)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머리를 짚을 내용을 엉터리로 짜깁어서 사람 낚을 생각을 하는 어떤 종교를 타겟을 삼고 쓰는 것은 아니며, 혹시 그런 생각이 드셨다면 순전히 오해입니다." 라는 말을 결론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이 글과 무관한 그 어떤 종교는 위에서 말한 왜곡 과정에서 파생한 종교인 모양이더군요. 제가 착각한 것은 그 어떤 종교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위해 기존 종교들에서 이것저것 끌어다 쓰다보니까 그런 엉터리 내용이 되었다고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뿌리가 (왜곡된) 미륵하생 신앙에 있다면, 그 어떤 종교에서 미륵을 빼면 너저분한 찌꺼기만 가까스로 남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되더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하면, 저 경전들에서 뭐라뭐라하더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진짜로 그런 내용인지 확인해주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구글에서 검색해도 각 경전의 번역 중 잘 알려진 것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그것들의 내용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바로 주변이 아니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덧붙임. 참고할만한 글을 하나 더합니다. [지금은 미륵불의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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