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과 [따위]에 대한 변명

오늘 새벽에 올린 포스트[쉽게 틀리는 우리말 맞춤법]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맞춤법' 관련 포스트라 한 가지만 더 적습니다.

'따위'는, 뭔가를 낮잡아보는 표현입니다.
때문에 '따위로 씁니다'보다는 '정도로 씁니다'가 더 옳지 않을까 합니다. ^^;

항상 그만님 포스트 잘 보고 있습니다.
결코 그만님이 싫어서 이런 딴지를 거는 게 아니니 혹여라도 오해는 말아주시길. ㅠ_ㅠ


당연히 오해할 내용이 아니지요. 의도한 바이니까요. 반응이 없었으면 몇 번 더 시도했을 겁니다. ^^ 그리고 제가 종종 '~따위'라고 적는 표현을 제 글 속에 포함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눈치 채신 독자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댓글에는 답글을 이렇게 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적해주신 내용은 님도 맞고 저도 틀리지 않은 표현입니다. 관련한 포스팅 하나 마련해보지요. ^^

이건 뭐 황희 정승도 아니고...ㅋㅋ

따위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굳이 꺼내자면,

따위 [다음 사전]
1 (명사 뒤에 쓰여) 앞에 나온 것과 같은 종류의 것들이 나열되었음을 나타내는 말.
2 (명사, 대명사, 어미 ‘―는’ 뒤에 쓰여) 앞에 나온 대상을 낮잡거나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

그렇죠? 그만은 1번 용법으로 사례를 들면서 '~이러 이러한 식으로', 또는 '~ 등으로'이라는 의미를 내세워 '~따위'라고 적은 것입니다. 그만이 예전에 적었던 글에서도 한 번 찾아볼까요?

'백만스물하나..' 따위로 시작하는 큰숫자를 자신있게 외쳐대는 백만돌이는 '길고 오래가는'을 상징하며 일본을 비롯한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특히나 더 인기를 모읍니다.[토끼와 건전지 이야기]



저는 '~따위'라는 어휘를 상당히 가치중립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의법으로 사용하기도 하죠. 아래와 같은 경우입니다. '~하는 등', '~하는 식', '~들' 따위의 의미와 앞에 나열한 것을 낮잡아 이르는 의미로도 함께 사용하는 경우죠.

이 책에서 중요한 가치를 뽑을 때 나라면 '게이에게 잘 보여라', 또는 '핑크머니를 우리도 쥐어보자' 따위의 이야기보다는 '편견으로 인한 시장 가치 소멸'을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책] 핑크머니 경제학의 교훈 '편견만 버리면 된다']

그들과 일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출신성분을 들먹이며 '역시'나 '어쩐지' 따위의 말을 내뱉는 경우가 내겐 없었다. [기업, 최고 아닌 최적의 인재를 뽑는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사실은 어느 순간 잡혀 버린 '어휘 사용 습관' 같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읽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지만 분명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고 다른 한 가지, 즉 가치 중립적인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틀리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별것도 아닌 거 갖고 조금은 길게 왔지만 ^^ 또 하나의 사례가 '꼴'에 대한 것입니다.

꼴 [다음 사전]
1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2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
3 어떤 형편이나 처지 따위를 낮잡아 이르는 말.



어떤 회사 관계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신생 벤처에서 회사 꼴을 갖춰가야 할 시기다"

듣는 상대방은 이 '꼴'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낮잡아 쓰는 말이란 이유 때문이겠죠. 순간 당황했습니다. 저는 이 '꼴'을 '틀'의 대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죠. 회사의 '틀'을 잡아야 한다는 것과 회사의 '꼴'을 잡아야 한다는 어감은 제게 '동일'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말의 '격'이 달리 느껴지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제가 급하게 수습을 하긴 했지만 이 또한 제 '어휘 습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삼각형 꼴'과 같이 저는 '꼴'을 '틀', '모양새' 또는 '됨됨이' 등의 의미로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고 이것은 가치 중립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훈련이 되어 있었던 것이죠.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고전이나 근대 문학에서 이런 어휘를 종종 봐왔었던 것이 이유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어휘 습관이 틀린 것은 아니죠? 물론 읽는 분들이 불편하다면 조금씩 고쳐나가야 겠죠. 이 글로 그동안 왜 '~따위'와 '꼴'이란 어휘를 사용했는지에 대해 변명은 하지만, 주의해서 써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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