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언(苦言)

듣기에는 거슬리지만 도움이 되는 말.
방금 전에 스스로 '고언'이라고 밝힌 말을 들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듣기에 거슬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 조언이 옳지 않아서도 안니다.
그건 뻔하게 옳은 말이다.
가령 착하게 살라거나, 신중하라거나, 겸손하라거나...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런 류의 말이다.  
도움이 될리 만무하다.
무의미한 말이다.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그런 류의 말, 너나 잘하세요, 따위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말.

그 고언이 애정과 고민에서 태어난 말이 아니라, 그저 감정적인 불쾌에서 생겨났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그건 그냥 저절로 아는건데, 아무런 울림도, 감동도 주지 않는다. 나 역시 그저 불쾌가 생겨난다. 그냥 신경질을 고상하게 '고언'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든다.

말에는 말의 알맹이와 말의 껍질이 있다고들 한다, 흔히 말하는 기의/기표 따위, 알맹이가 중요한지, 껍질이 중요한지에 대해선, 말은 알맹이면서 동시에 껍질이다. 양자는 분리할 수 없는데, 그건 정신과 몸을 분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언은 애정에서 태어나는 말이어야 한다. 불쾌에서 태어나선 그건 그냥 신경질이다. 고언의 껍질은 애정이다, 혹은 애정이라는 알맹이가 고언이다.

나는 서툴고 부족하다.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누구나...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지, 신경질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하고, 조언은 너무도 고마운 것이지만, 신경질인지 뭔지 헷갈리는 '고언'까지 필요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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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버려두세요, 이렇게 살다가 가겠습니다.
당신 눈에는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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