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 UI 개발자 김정범

프로젝트 막바지에 이르면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디자인 감각을 마음껏 표현하려는 디자이너는 멋있고 우아한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 반면 시스템의 퍼포먼스를 우선시 하는 개발자는 막바지 구현과 테스팅에만도 시간이 턱 없이 모자란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담론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웹2.0의 영향인지 퍼포먼스 못지않게 콘텐츠 접근성이 중요시 되고 있다. UI 개발자 김정범 씨에게 해결책을 들어봤다.



얼마 전 기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개발자에게 귀가 솔깃할 만한 정보(?)를 들었다. 디자이너와 더 이상 씨름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디자이너들의 꼼꼼한 요청 탓에 디자인과 퍼포먼스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늘 쫓아야 했다는 그의 과거 모습.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 굉장한 도구가 나온 것 일까? 인원을 대거 채용한 걸까? 기자의 호기심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의 내분을 가라앉힌 주인공은 GS 홈쇼핑 EC정보팀에 근무하는 UI(User Interface) 개발자 김정범 씨다. 대다수 개발자들이 UI 디자이너는 알지만 UI 개발자라는 직함에는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그만큼 생소하다. “UI를 디자인하는 게 아니고 개발한다고? UI 개발자라는 직함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이죠”라며 김정범 씨는 천천히 UI 개발자의 실체를 설명했다.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은 크게 UI 개발자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는 디자이너가 구성한 화면을 HTML, Javascript, CSS 레이아웃을 사용해 가공한 다음 개발자가 코드와 매핑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팀 내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오작교 같은 역할인 셈이다. UI 개발자로 인해 디자이너는 기획한 데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고, 개발자 역시 디자인에 입각한 시스템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웹사이트를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웹에서 보여주는 콘텐츠도 텍스트, 이미지 위주에서 동영상, 게임, 지도 등으로 확대됐다. 홈쇼핑, 영화 예매, 지도(경로) 검색 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부각되면서 UI의 수준도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저 페이지 로딩이 빠른 텍스트 기반이면 만족하던 시절은 먼 옛날이야기다.

UI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대학시절 웹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친척 누나의 권유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계기였다. 처음 한 일은 틈틈이 익혔던 그래픽 툴을 사용한 디자인 작업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탓에 HTML이나 여타 스크립트 언어에도 익숙했던 그는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보지 못하는 빈 구석을 빨리 잡아낼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오로지 디자인! 이에 질세라 개발자들은 무조건 안 된다는 말만 했죠” 개발 초년생이 바라본 현장의 모습이었다. 그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집단 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우선 UI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다. 디자이너들의 모티브를 십분 이해한 뒤 구현작업에 참여해 개발자 함께 디자인과 코드를 조율한다. 이렇다 보니 배울 것도 두 배다. 개발 툴 없이 HTML, CSS, JavaScript의 소스만 보고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그래픽 도구 몇 개쯤은 쉬이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웹 표준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라고.

웹 표준 지킴이

대 부분 웹 애플리케이션이 보안 등의 문제로 통상 익스플로러 기반으로 작업한다. 모든 사람이 익스플로러만 사용한다면 애써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웹 표준이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 “어떤 브라우저에서도 페이지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기기 환경에 상관없이 같은 페이지를 볼 수 있어야 하죠” 점점 늘어가는 파이어 폭스 사용자 수만 보더라도 웹 표준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기존 웹의 경우 테이블 구조로 만들다 보니 페이지 로딩과 용량이 문제가 됐다. 웹 표준에 맞춰 태그를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듯한 개발 일정을 생각하며 웹 표준을 지키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은 기업의 업무용 프로그램 중심으로 웹 클라이언트 인터페이스가 부각되고 있지만, B2C 환경에서도 인터페이스 강화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웹 표준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란다. “국내는 이제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몇 군데서 세미나가 열리는 상황”이여서 관심 있는 그룹끼리 레퍼런스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몇 몇 유명 블로그를 언급하며,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앤디버드가 쓴 ‘CSS Mastery’는 그가 늘 끼고 다니는 책이다. UI 개발자의 길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보란다. 이와 함께 박수만 씨가 번역한 웹 표준과 방탄 웹을 꼽았다. 그를 포함한 UI 개발자들에게 바이블 같은 책이다.

UI 개발자의 미래
여 전히 새로운 직군으로 인식될 만큼 UI 개발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적은 인원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자리다. 여전히 개발자냐? 디자이너냐는 질문을 늘 접하니 풀어야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나름대로 UI 개발자를 구분해 봤단다. 시스템 지향 UI 개발자와 디자인 지향 UI 개발자다. 자신은 ‘시스템 지향’에 속한다며, Ajax나 플렉스 같은 기술을 사용해 웹 클라이언트 인터페이스 개발을 하게 된다.

디자인 지향적인 UI 개발자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볼만 하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웹은 끝났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요구한다.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해 레이아웃을 변경하고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UI들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라면 UI 개발자의 영역이 기존 클라이언트 개발자 영역까지 대체 할 가능성도 보인다. 시장은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에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보안 등의 이슈로 널리 사용되던 ActiveX가 점차 밀려나면서 Ajax나 플렉스 기술이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끊임없이 진화중인 웹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그가 만들어갈 세상을 위해 가슴 한 컨을 비워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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