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유형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하면 좀 지나칠까요.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세상이 확 달라질 것 같더니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20세기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로 촉발된 정보화 혁명이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변화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양(量)적인 변화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변화가 자꾸 축적되면 질(質)적으로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가겠죠. 오늘은 현대 소비사회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하고 있는 다비트 보스하르트(David Bosshart)가 쓴 '소비의 미래'(생각의 나무)라는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9가지 소비유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저 자는 '새로운 소비자'라는 용어가 잘못된 것이라도 지적합니다. 새로운 인간이 없듯이 새로운 소비자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변화된 소비성향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가격 중독자 ▶모라토리엄 소비자 ▶소비 거부자 ▶하락 소비자 ▶억눌린 소비자 ▶소비 중독자 ▶노스탤지어 소비자 ▶반어적 소비자 ▶공룡 소비자 등 소비의 아홉 가지 유형을 제시합니다.

▶ 가격 중독자= 가장 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입니다.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합니다. 유명상표를 선호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중소기업 제품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가격=상품'이라는 등식이 성립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모라토리엄 소비자=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유형입니다. 상품 주기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지만, 이들은 새 상품을 성급하게 장만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압니다. 이 유형의 소비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의 질에 만족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상품 주기에 동조하지 않고 한 사이클을 뛰어 넘습니다. 그래서 립 프로거(Leap Frogger)라고도 부릅니다. 이들은 신상품이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것보다 '본질적으로' 우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가격이 금방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신상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비 거부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기존의 상품에 만족하면서 더 이상 쓸데 없는 소비를 하지 않으려는 유형입니다. 사치와 풍요의 시대인 1980년대에 살았지만 별다른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이런 소비패턴을 보입니다. 이들은 '소박한 삶의 열기'(simple-life-fever)를 추구하고 금욕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고집합니다.

▶하락 소비자= 회사원이나 공무원의 가족 등 오늘날의 전형적인 중산층 소비자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가계지출에서 복지 및 건강관련 고정비용을 늘리는 반면 소비는 그 만큼 줄이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 유형의 소비자들에겐 상품의 가격과 품질이 모두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교육과 건강한 삶을 꾸려 가는데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늘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하지만 포기하는데도 익숙합니다. 이러한 성향의 하락 소비자와 모라토리엄 소비자가 뒤섞인 소비자 유형이 '스마트 소비자'입니다. 돈을 아껴야 되기는 하지만 유행하는 상품의 정품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서비스의 질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가격이 중요합니다. 주로 아웃렛(outlet) 등 대형 할인매장을 찾아 재고라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합니다.

▶ 억눌린 소비자= 주로 고령층 소비자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구를 억누르고 검소한 생활수준에 만족해온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해왔기 때문에 지금 보다 훨씬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가격 중독자에서부터 억눌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다섯 가지 소비자 유형은 기업의 매출증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이익을 내게 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소비 중독자=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하고, 할 수만 있다면 언제나 돈을 지출하는 유형입니다 . 1980년대 과잉소비 시대에 성장했던 청소년층이 주로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소비하던 행태에 젖어있고, 으레 다른 사람이 자기 대신 물건 값을 내줄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합니다. 이들은 신뢰와는 무관하며 무질서할 정도로 많은 상표를 구입합니다. 기업이 이들과 관계를 맺으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노스탤지어 소비자= 상품이 과잉 공급되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엄청나게 넓어진 상황에 견디지 못하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언젠가 샀던 상품이나 오래 전부터 자신이 특별히 갈망하던 상품만을 삽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서적 안정도 함께 얻습니다. 대형 할리 데이빗슨(Harley Davidson)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이런 소비자의 전형입니다. 이들은 지속적인 성장과 과잉 공급에 참여하기보다는 과거에 강렬하게 체험했던 상품을 즐기는 쪽입니다. 상품구매를 통해 어떤 강한 정서를 구입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브랜드에 강한 신뢰를 보이는 아주 양질의 소비자입니다.

▶반어적 소비자= 이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비사회를 파괴하는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소비자들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및 새로운 브랜드와 놀이하는 것을 즐기며, 말도 안 되는 연상과 역설을 추구합니다. 이들은 상품에 대한 친밀성과 동시에 소비에 대한 거리감을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좋아합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반어적 소비의 원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어적 소비의 결과로 나타난 것은 좀더 똑똑한 소비 형태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유일하게 도덕적 태도를 보이는 소비자 유형입니다.

▶공룡 소비자= 마치 변화가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늘 현재인 소비자'(status-quo-consumer)입니다. 상류층을 지향하던 1980년대 중산층의 생활양식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늘어난다는 일직선적 소비논리에 익숙해진 소비자입니다. 이들은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고, 상품의 유혹에도 쉽게 빠집니다. 소비 중독자에서부터 공룡 소비자에 이르기까지의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소비자 유형입니다. 이들의 소비패턴이 매출증대를 넘어 이익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출처] 소비자 유형|작성자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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