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사태 블로거 선언 : 나는 730 교육 쿠데타를 거부한다

상지대 사태 블로거 선언 : 나는 730 교육 쿠데타를 거부한다

부제 : The 나은 프로젝트 시즌1. 상지대 구출 대작전

삭발과 단식, 무거운 죄책감...이 저는 싫습니다.  
오늘 상지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여러분의 귀를 붙잡기 위해, 여러분의 눈을 아주 잠시라도 붙잡기 위해 '삭발식'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병석 학생회장과 박병섭 교수는 사학분쟁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7월 30일까지 단식연좌농성에 돌입했습니다. 저는 이런 싸움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결의에 찬 비장함,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비장함은 제 욕망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저토록 간절하데, 저토록 절박한데..." 그 행동들은 사회적인 책무의식과 죄책감을 자극합니다. 며칠 전에 썼듯 무겁고, 어두운 상상력이 아닌, 간절하고, 급박한 행동이 아닌 그저 일상으로 즐길 수 있는 신나는 싸움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를 다시 고민할 수 있는 방식이 비장함으로 둘러쌓인 엄숙함의 공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싸움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너무도 시간이 없고, 너무도 마음이 간절합니다. 바보처럼 눈물만 흐르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민노씨, 왜 그렇게 심각해?" "너, 너무 재미없어 진거 알지?"
제가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더나은씨(@naeun0318)는 스스로 고독함에 취해 있는, 그렇게 세상이 야속해지려는 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제가 야속하게 생각하는 블로거벗들과 트윗벗들이 그저 '어제의 제 모습'이었을 뿐입니다. 싸움에 참여하고, 또 학생들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이입된 저는 그 '어제의 제'가 야속하고, 속상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제가 스스로 야속하고 속상했던 것 뿐입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이길 수 있는데,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사학비리의 망령을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바람들이 제가 무슨 비장한 투사라도 된 것 같은 착각을 스스로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그 고독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깨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이 지랄같은 세계에서 우리가 원하는 즐거움을, 우리가 원하는 피어나는 생명을 그런 고독하기만 한 엄숙주의가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나은씨는 그저 자신을 그 자체로 드러내고, 표현해 내는 사람입니다.
저같은 어설픈 먹물이 주저할 때, 길들여진 초자아에 억압된 채로 말하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할 때, 나은씨는 솔직한 삶을 그대로, 그 생명의 싱싱함 그 자체로 드러냅니다. 나은씨는 말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즐겁지 못한 채로, 나 스스로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서 '어제의 나'들을 불러올 수는 없다고. 그 어리지만 성숙한 친구는 때론 장난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우리를 둘러싼 가식과 위선을 정직하지 못함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The 나은 프로젝트]를 장난처럼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지금은 독일에 계신 강정수씨의 조언도 큰 역할을 했죠.(참조. 강정수, 올드스파이스 :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모범) 상지대 싸움은 'The 나은 프로젝트' 첫번째 시즌입니다.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 '상지대 구출 대작전'이라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The 나은 프로젝트'를 통해 '더 나은씨'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당신과 함께 나은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더 나은씨의 눈을 통해 세상을 안고, 세상을 사는 우리 이웃들을, 우리의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더라도 질 수 없는 것... 우리는 이미 친구입니다.
더 나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가 느낀 건 이런 겁니다. 우리는 지더라도 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제 삭발식을 앞둔 학생들과 함께 원주에서 함께 돌아왔습니다. 김슷캇님께서 주도한 '상지대 블로거' 원정대의 일정을 마친 뒤, 우리는 하루 더 그곳에 머물며 학생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당위를 이야기 하기 보다는 인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은석이와 성근이가 2년 전 나이트클럽에서 배꼽을 잡을 만큼 재밌는 춤을 췄다는 따뜻한 추억을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솔림이는 뽀루퉁한 표정으로 '그 때 은석 오빠 참 창피했다'고 말하고, 은석이는 그 요상한 춤 동작을 보여주며 그렇게 맘껏 웃었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기 전에 나은씨와 저는 세종문화회관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그리고 이 싸움과 상지대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은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지대 학생들 참 멋진 것 같아." 상지대 싸움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싸움을 하는 학생들과 친해진게 행복하고, 그 학생들이 멋지다고 나은씨는 이야기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이어가야겠네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우리들의 싸움이 즐거운 싸움이 되려면 우선 우리들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 싸움이 죄책감만을 불러오는 싸움이 아니라, 즐거운 상상력으로 피어나는 행복한 싸움이 되려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그저 일상적인 '일기'로서의 싸움이 되려면, 우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관념과 사상만으로 세상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당신이 만들어내는 근육의 움직임이, 그 근육이 소망하는 풍경과 빛깔들이 세상을 아주 조금씩 바꿉니다.

당신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함께 나와서 단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함께 나와서 삭발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당신의 손가락을 그 아주 작은 그 근육들을 좀더 나은 미래를 위해 움직여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7월 30일 교육 쿠데타를 막아내야 합니다.
막지 못하면 과거 비리재단의 복귀 도미노가 시작됩니다.
저는 상지대 사태는 4대강 사업 만큼, 국무총리실 민간일 사찰만큼 중대한 이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 사학 비리와 관련해 가장 무거운 실형을 선고 받았던 세력이 상지대학교로 돌아오려 합니다. 그것을 교과부 산하의 국가위원회(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합법화하려고 합니다. 그 날이 7월 30일입니다. 이것을 저지하지 못하면, 사학비리 전과자의 사학 복귀가 제도적 합법성과 형식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면 이제 과거 비리재단들의 본격적인 복귀 도미노가 시작됩니다. 이것은 합법을 가장한 교육 쿠데타입니다. 막아야 합니다.

기득권의 최후 보루, 그리고 정언복합체의 심장, 사학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기득권 최후 보루' 사학은 그렇게 보이지 않은 매트릭스로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과 연계해 우리의 삶을, 일상을, 아이들의 미래를 지배하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체험한 보이지않는 권력이 작동하는 체험적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왜 기득권에서 '사립학교법'을 그토록 끝까지, 정말 처절하게 지켜내려고 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왜 노무현의 4대 공약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일을 '사학 개혁'이라고 평가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들, 정치와 언론, 사학은 하나의 '패밀리'입니다.
그들은 권력과 탐욕이라는 피를 서로 나눈 형제들입니다. 한몸입니다. 권력과 정치가 한 몸이 되고, 사학재단과 그 한몸이 된 정언권력체가 다시 한 몸이 됩니다. 이것을 깨뜨리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서면 이 괴물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정부여당의 무관심과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야당의 형식적 제스처를 비판하고, 시민사회의 네트워크를 다시 되살려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보여주면, 그 괴물같은 매트릭스 시스템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단 하나의 질문
사학과 관련해선 직간접의 체험이 여러분 모두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 하나의 질문을 당신에게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건국되고,  제도를 만들어내며, 그 제도를 운영하는 그 모든 역사를 통털어서 '사학비리'와 관련해서는 가장 높은 실형을 선고받은 자가 다시 우리 아이들과 우리의 형제들이 다니는 학교에 돌아오려고 합니다. 그것도 합법이라는 가증스러운 이름으로 돌아오려고 합니다.

하나의 질문을 드립니다.
부정편입학으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은 자가 다시 '그 학교로' 돌아와도 되는 것입니까? 이것이 합법적인 제도의 이름으로 행해져도 되는 것입니까? 교육부의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도 되는 것입니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신다면...
저는 더는 당신을 설득할 재주가 없습니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그리고 사학이라는 기득권 최후의 심장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 패배와 부패와 좌절과 죽음의 피를 그 심장을 통해 뿜어내고, 우리들 아이들의 미래에 그 보이지 않은 투명한 피의 문신들이 새겨지는 것이 괜찮다고 당신이 말한다면, 우리가 우리 교육을 판단할 최소한의 기준을 다시 박정희나 전두환식의 야만적 독재권력 하의 시스템으로 되돌려도 상관없다면, 네, 저는 당신을 포기하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을 붙잡고 있는 블로거벗들께, 또 제 초라한 블로그의 독자들께 호소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기성언론의 거드름을 깨치고, 기성 정당들의 무책임한 제스처와 정치공학적 잔머리를 부셔버리고, 우리가 당당하게 우리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에 저는 이번 7.30. 사분위의 시도를 교육 쿠데타로 선언하고,
다음과 같은 다섯개 사항을 공개 요구하는 바입니다.  
하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청합니다.
7월 30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과거 비리재단을 불러오는 결정을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짓밟는 교육 쿠데타에 다름 압니다. 이명박 대통령는 이런 쿠테타를 그냥 방치하시겠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직접 나서서 이 사태의 해법을 제시해주십시오.

하나. 정부 여당과 야당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도대체 밥을 먹고 다니십니까? 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제도는 그 실효성을 다 했습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이상한 제도입니다. 과거 비리사학을 불러올 수 있는 야만적인 제도입니다. 책임과 권한을 일원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입법을 당장 마련해 주십시오.

하나. 기성 언론에게도 요구합니다.
이토록 중대한 이슈가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반성하고, 언론 본연의 의제설정 기능을 회복해 주십시오. 연예인 감기 걸린 소식에도 그토록 민감한 당신들이 이렇게 중대한 사회적인 공적 현안에는 왜 그렇게 무관심한 것인지 알 길 없습니다. 당신들이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겠습니다. 더이상 사회의 공기도 뭣도 아닌 당신들을 대체하겠습니다.

하나. 시민단체에게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기성언론에 목매는 시민단체들과 이른바 원로들은 '성명서 민주주의'의 환상을 깨뜨리고, 스스로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미디어 네트워크 혁명을 첫단추를 이번 상지대 사태를 계기로 끼워주십시오. 여러분의 오프라인 역량을 온라인과 함께 엮어주십시오. 블로거들도 여러분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하나. 끝으로 존경하는 블로거벗들, 독자들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지대를 함께 지켜주십시오. 상지대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사학비리의 최후 저지막이 무너집니다. 7월 30일, 합법이라는 야만의 얼굴을 한 교육 쿠데타가 벌어지려고 합니다. 이 교육 쿠데타를 우리가 저지합시다. 우리가 막아냅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상지대 구출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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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보다 중요한 건 근육의 움직임, 그 방향과 빛깔입니다.
당신의 근육만이, 당신의 행동만이 세상을 바꿉니다.
이야기해 주십시오. 써주십시오.  
무너저가는 학교를 구출해주십시오 (http://saveschool.net)
세이브스쿨에 있는 글들을 당신의 네트워크에 퍼날라주십시오.
이 부족한 글이나마 당신의 네트워크 공간에 소개해주십시오.
언론에 당당하게 그 책임을 요청하고,
정부와 여당의 무관심과 오만을 질타해주십시오.
그리고 야당의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를 더 강하게 요청해주십시오.








추.
1. 블로거들께
7.30.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상지대 관련글로 인터넷을 뒤덮어주십시오.
제목에는 [상지대 사태] 혹은 [상지대 블로거 선언]이라는 문구를 꼭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제 요구사항(다섯개)에 공감하신다면 그것을 부기해주셔도 좋습니다.

2. 독자들께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상지대 사태 해결의 씨앗을 당신의 네트워크에 심어주십시오. 떠들어주시고, 세이브스쿨(상지대 구출대작전)에 있는 글을 널리 소개해주시고, 담아서 퍼뜨려주십시오. 그렇게 상지대 문제를 함께, 즐겁게 고민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_ _)

3. 블로거 기자회견 [우리도 지켜보고 있습니다](김슷캇과 조명훈 외 다수 블로거들)을 적극 지지합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블로거 성명을 발표해주시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팀에도 연대의 손길을 전해주시길 바라봅니다.



* 강추

상지대가 위험하다 (딴지일보, 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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