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은 왜 모바일로 불리기 시작했을까?

어떤 표기나 단어 의미가 아리까리하면 마치 재채기 하기 직전 간지러움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러다가 그 간지러움이 멈추기도 하고,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대개는 사전을 찾는다,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많은 독자들, 블로거들이 그러리라. 하루에도 가장 자주 반복해서 들춰보게 되는 건 각종 (백과)사전들이다. 주로 한국어 위키백과, 구글사전, 네이버 (백과)사전를 이용한다. 더 좋은 온라인 사전이 있다면 소개 부탁.  ^ ^


1. 모빌/모바일

mobile [móubəl, -biːl] [US]   [-bail] [UK] 
흔히 휴대용 통신기기를 표현하는 말로 쓰이는 '모바일'은 미국식 발음이 아니라 영국식이다. 미국문화가 거의 모든 문화의 기준처럼 작용하는 우리나라에선 좀 특이한 현상같다. 미술작품이나 장신구로서 사용되는 움직이는 조각을 표현할 때는 또 '모바일'이라고 쓰지 않고, '모빌'이라고 쓴다. "가느다란 실, 철사 등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쇳조각이나 나뭇조각을 매달아 미묘한 균형을 이루게 한 움직이는 조각"(한국어 위키 '모빌'). 양자를 구별하기 위해서 이렇게 된건가?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왜 모빌을 모바일로 쓰기 시작했을까? 광고문구의 어감 때문이었을까? 궁금하다.

* 보충. 엔디의 설명 (댓글 논평을 본문에 인용 보충. : )
엔디                                     2010/01/29 09:45
의외로 미국식이거나 영어식이 아닌 외래어들이 많습니다. 별다른 기준은 없는 것 같고 용어의 도입 초기에 많이 쓰던 말이 굳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산업자원부에서 '국제 기준'에 맞춘답시고 (주로 독일어식)화학용어 표기를 (영어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어'가 표준인 한국에서 영어식이 아닌 다른 나라 말도 많다는 한 반증이 될 것 같습니다.

나트륨을 소듐으로, 비타민은 바이타민으로, 비닐은 바이닐로 쓰라는 둥 아주 국제화(=미국화)에 앞장선 발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화학에 문외한이라 전문용어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요. (관련링크) '게놈/지놈' 논란도 참고할 만합니다. 원래 독일어로 '게놈'이라고 쓰는 게 맞는데 중앙일보에서는 '지놈'이 맞다고 지놈들만 우기고 있습니다. (샘숭의 국제표준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ㅎ) (관련링크)

덧붙여 mobile이 모빌이 아니라 모바일이 된 것은, /자음/i/자음/e나 /자음/a/자음/e의 경우 대개 '아이', '에이'의 발음을 살리려는 한국인의 습관도 반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2. 프리젠테이션 / 프레젠테이션 혹은 시청각설명회.
위키백과에서 '프리젠테이션'을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시청각설명회
시청각설명회(視聽覺說明會) 또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은 정보 전달 수단의 일종으로, 듣는 이에게 정보, 기획,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국립국어원은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쓰임말(용어)을 사용하지 말고 시청각설명회라는 쓰임말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외래어(들온말) 표기법에 따른 표준어로서 "프리젠테이션"은 프레젠테이션의 잘못이다. 네이트온 메신저의 경우 버전이 갱신되면서 환경 설정에서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은 바 있다.
'프리젠테이션'이라는 표기가 왜 잘못인지 모르겠다. 한국어 위키의 설명이 잘못(착오)된건가?
presentation [prìːzentéi∫ən,prèzən-] [US] [prè-] [UK]

늘 느끼는 거지만 당대에 유행하는 선망으로서의 비교표지, 지적 우월이나 과시로서의 비교표지에는 항상 외래어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같다. '시청각설명회'라는 우리말 표현은 왜 촌스럽게 느껴지는건가? 영어는 쥐뿔도 못해서 나솔에게 블로그 영어과외를 받으면서도, '시청각설명회'라는 명쾌하고, 직관적이며, 소박한 우리말표현이 촌스럽다는게 좀 스스로에게도 어벙벙하달까...살짝 한심하달까 그렇다. 물론 당대 평범한 일반인의 자연스러운 언어습관이 우리말 사랑이라는 '계몽'으로  바뀐다는 순진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지만.


추.
예전엔 이런 글을 쓰면 곧잘 엔디가 달려와서 아주 친절하고, 정확한 설명을 해주곤 했는데... : ) (보충. 엔디가 고맙게도 보충댓글을 남겼다.. 땡큐베리감솨! )



* 발아점
아거의 멋진 분석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튀어서 쓰다가... 말고, 다시 이어서 마저 쓴 글
그런데 위 아거의 글은 현재시각, 그러니까 아침부터, 트래픽 초과로 접속 불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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